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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뉴스

아시아 최고 트렌드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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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중심부의 한 건물에는 '공사 중'임을 알리는 대형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안에서 스페인어로 요란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소리가 바깥까지 들렸다. 설계도면을 들여다보면서 내부공사 방향을 상의하거나 자재를 나르는 이들은 스페인의 유명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에서 파견된 본사 직원들이다. 이 건물은 3개 층이 다음 달 자라 매장으로 탈바꿈한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카페거리로 통하던 가로수길이 최근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국내 패션 대기업, 국내외 명품 및 화장품 브랜드들의 '안테나 스트리트'(소비자 트렌드를 테스트할 수 있는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업체가 가로수길에 둥지를 틀었거나 개점을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 부동산 컨설팅업체에는 '가로수길에 매장을 내고 싶다'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과거 가로수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레스토랑과 카페들은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 "아시아 최고의 트렌드 거리"

글로벌 패션업체들이 가로수길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하고, '트렌드 1번지'인 서울 강남에 위치해 있다는 '하드웨어적' 매력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여기에 '한류'를 체험하려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졌다는 '소프트웨어'적 요소가 맞물려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테나 스트리트'로서의 매력도가 한국 내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글로벌 브랜드들의 평가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패션·시계 브랜드 '파슬'은 아시아 지역 최초의 가두매장을 가로수길에 열었다. 이소영 파슬코리아 부장은 "아시아에서 트렌드가 가장 앞선 것으로 정평이 난 한국에서도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소비자들이 모여드는 가로수길 매장은 여러모로 활용도가 크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라코스테'도 올 3월 이 거리에 신규 매장을 연다.

약 1년 전부터 '마시모두띠', '포에버21' 등 대형 패션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며 패션거리로 거듭난 가로수길에는 올봄 더 많은 브랜드들이 쏟아져 들어올 예정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의 김성순 부장은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도 가로수길에 첫 매장을 열면서 한국에 공식 진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가로수길이 국제적인 안테나 스트리트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경영'을 표방하는 일부 국내 기업들도 가로수길에 '전진기지'를 차리고 나섰다. 제일모직의 신규 제조·유통일괄형(SPA) 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또 다른 국내 SPA 브랜드 '스파이시칼라'가 올 2월 말 각각 가로수길에 대형 매장을 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 2년 새 임대료 10배 상승?

가로수길 중심부에 위치한 미래와희망산부인과 건물은 올 5월경 패션 매장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2개 동으로 구성된 병원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각각 LG패션 '헤지스'와 MK트렌드의 패션 편집숍이 들어선다.

이처럼 대형 외국계 브랜드나 국내 대형 패션업체의 브랜드 매장이 밀려들어오면서 가로수길 일대 주요 매장의 임대료는 불과 2년 새 5∼10배 상승했다. 김성순 부장은 "최근 3년 새 매년 30%가량 임대료가 오르고 있는 명동의 임대료 상승폭에 비해서도 3배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수요가 몰리자 임대료도 부르는 게 값이 됐다고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3년 전만 해도 전용면적 34m²(약 10평) 규모의 1층 상가 권리금이 8000만∼1억 원이었는데 이제는 3억 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월 매출이 대형 패션 브랜드의 20∼30% 수준인 레스토랑과 커피숍들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이삿짐을 싸고 있다. 아예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거나 일명 '세로수길'로 불리는 가로수길 뒤쪽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고즈넉한 정취를 풍기던 가로수길의 매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김슬기 인턴기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4학년  

프랜차이즈ERP연구소 특수상권팀 info@frane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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